운동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운동이 왜 좋냐?
“다른 건 몰라도 경윤이랑 무조건 한 팀이 되어야지만 해”
중학교 체육시간, 학급 친구들은 나와 기를 쓰며 한 팀이 되고 싶어했다. 안타깝게도 ‘인기가 많아서’, 혹은 ‘운동신경이 좋아서’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원초적인 이유지만 ‘살기 위해서’ 였다. 나는 분명 칼, 총, 활(?), 몽둥이(?)를 들지 않았는데 말이다. 친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나와 같은 팀이 되고자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이 치를 떨며 기필코 나와 한 팀이 되려 했던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안다. “휘~”하고 휘슬이 불리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되니까. (사람이란 말보단 맹수라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 앞에는 늘 ‘승부의 화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평소 떨어지는 낙엽에도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운동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눈빛이 돌변했으니까. 그리고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농구 경기에서 나와 몸싸움을 벌이다 코트장 밖으로 튕겨 나간 학생도, 내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수비하다 지쳐 후반부에 교체를 요구하는 학생도 많았다. 경기 시작 전에는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하자 다짐하지만, 휘슬이 불리는 순간 파블로프의 개마냥 공만을 보며 맹목적으로 승부에 집착했다. 그렇게 나는 적당한 승부욕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런 승부욕은 끈기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려서부터 ‘끈기가 강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5년간 피겨스케이팅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운동신경이 둔해 스핀과 점프를 몸에 익히기 위해 동료들보다 곱절의 연습을 더 해야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10번 넘어질 때까지 휴식 시간을 갖지 않겠다’는 (미련한) 원칙을 세워 실천했고, 이런 과정에서 온 몸에 찰과상을 입거나 피멍이 들기 일쑤였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고통을 이겨낸 결과, 플라잉 싯스핀과 같은 기술에서 동료들보다 월등한 동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자기소개서에나 쓸 법한 자기 자랑을 왜 여기서 하고 있냐 생각하겠지만, ‘왜 운동이 좋냐?’는 물음에 나의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사회화를 거쳐) 공으로 돌진하던 야생형 맹수의 공격 본능은 죽었지만 여전히 나는 승부 근성이 있으며, 과거처럼 미련하리만치 통증을 감내하며 연습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를 사랑한다.
그런데 승부욕과 끈기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다른 분야도 많지 않은가 반문할 수 있다. 게임 역시도 인터넷 공간에서 처절하고 장렬한 승부가 이루어지는 스포츠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임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가장 먼저 전사하기로 따지면 모두를 이길 자신 있거든.) 가상의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보다 나는 내 육신의 움직임으로 땀을 흘리는 시간을 사랑한다. 운동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가 한껏 고양되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내가 그러한 시간을 사랑하는 만큼, 운동을 하는 그 시간 역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다. 운동을 통해 체력이 증진되며, 증진된 체력으로 내가 아끼는 것들을 사랑할 마음의 여유를 준다. 운동의 과정에서 분출된 아드레날린은 우리가 고된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인 에너지를 준다. 괜히 정신과 신체가 원래 하나의 주체로 작용하는 양면이라는 심신일원론이 나온 것이 아니다.
근데 이렇게까지 예찬하면 나를 여자 김종국이라 생각하겠지. 이만 여기서 줄여야겠다.
운동을 할 때 기분은 어떠하냐?
이런 나의 성향과는 별개로 조금 더 운동을 사랑하는 마음을 노래하고자 한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올라 가쁜 숨을 내쉬며 운동을 끝내고 나면 발끝에서도 심장이 자신의 생명력을 드러내곤 한다.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순간의 그 카타르시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삶의 에너지가 증가하고, 이러한 에너지는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고된 운동을 감내한 대가로 운동이 우리에게 긍정 필터 하나 무심히 던져주는 느낌이랄까. 바로 이 긍정 필터를 끼워서 세상을 바라보면 건강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운동을 하는 순간에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주 깊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나도 턱 끝까지 숨이 차올라 가쁜 숨을 내쉴 때는 솔직히 그만하고 싶기도 하다. 그 순간만큼은 발끝에서도 심장이 자신의 생명력을 드러내며 온 몸의 피가 빠르게 순환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도 사람인데...힘들다. 하지만 바로 그 힘든 지점을 견뎌내고 목표로 하는 운동을 다 마쳤을 때 대단한 성취감을 느낀다. 운동하는 동안 온몸의 에너지를 소진하였다고 생각했는데, 역설적으로 운동을 하고 나서 오히려 그 에너지가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선천적으로 몸이 냉하고, 혈압이 낮다. 그런데 운동을 하고 난 직후 나는 그 누구보다 뜨겁게 달아오른다. 나의 몸만큼 뜨거워진 나의 마음을 글로써 풀어내려니 쉽지 않다. 괜히 까르보나라처럼 느끼한 사랑 고백하고 싶지 않아 담백하게 얘기하겠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몹시 좋다.
약 2,400자 맞추기
질문 2~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