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의 신념과 맞닿아 있는 말과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가?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도 말라”

원래 성격이 의심이 많다. 항상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이 사람을 살갑게 맞이해주지만 어떤 의도가 있어서 다가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무언가 나한테 바라는 것이나 하고 싶은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러한 성격과 신념으로 인해 지금 무교이기도 하고, 연애할 때도 힘든 점이 많긴 하다.

고등학교 때에는 친한 여자 사람 친구가 나에게 내 친한 남자 사람 친구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을 듣고 와서 나에게 얘기를 해주며 이 사람 좀 별로인 것 같다. 라는 식의 얘기를 해줬었는데 그때도 매우 충격이었다. 이 내용이 내가 아는 내 친구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기도 했고, 이 둘은 서로 친하지도 않고 서로 말도 해본 적이 없는데 제삼자에게 들은 얘기로 이 사람을 판단하고 자신의 판단 내용을 친구인 나에게 말을 하는 것까지 하나도 맘에 드는 행동이 없었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이거는 조금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어떻게 네가 한 번도 상대해보지 않고 들은 것으로만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지 한 번이라도 얘기를 해보고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맞지 않냐라는 식의 얘기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이 친구도 말을 해준 당시에는 매우 충격받은 표정이었지만 나중에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해주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내가 믿고 있던 신념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던 것 같다.

기숙 학원 N 수 생활 시절에도 관련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한번은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였다. 룸메이트 동생이 형인 나에게 빼빼로데이라고 점심시간에 매점에서 빼빼로 5개 묶음을 사주었다. 공부하면서 먹기 위해 사물함에 넣어놓고 그날 일과를 지내던 도중 저녁 시간 즈음에 꺼낼 책이 있어 사물함을 열었는데 뒤에 있던 동생들이 “우와 형 빼빼로 받으셨어요…?” 라고 사물함 속 빼빼로를 보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아 별거 아니야 ᄏᄏ”이라며 대답을 해주고 책을 꺼낸 뒤 자습실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는데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복도에서 나를 마주치는 동생마다 “아니 형 어제 빼빼로 여자 3명한테 받으셨다면서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도대체 3명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온 것이며 나는 여자한테 받았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심지어 누구한테 들었냐고 물어보니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애한테 들었다는 사실에 충격이었다. 이때도 나는 절대 내가 보지 못한 것은 믿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했던 것 같다.

2. 나에게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는 무엇이고 그 한 가지가 왜 유독 나한테 특별한가?

나에게 생각만 해도 좋은 한가지는 바로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하는 것이다. 평소 성격 자체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말을 많이 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러나 술을 마시게 되면 내 이야기도 쉽게 하고 나서서 말도 많이 하게 되어 다른 사람과 있을 때 불편한 느낌을 모두 지울 수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편한 사람이든 편하지 않은 사람이든 술을 마시면서 서로의 속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생각만 해도 좋은 시간인 것 같다.

이런 시간이 나에게 왜 특별한가를 생각해보면 나의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남에게 내면, 외면 상관없이 잘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도록 예시를 들어보면 과거 십년지기 친구들에게도 내 연애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을 정도로 나를 잘 꺼내지 않았으며 여름에 반바지를 절대 입지 않는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성격이 어떻게 보면 매우 안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항상 이렇게 지내왔던 내가 보기에는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있어서는 썩 좋지 못한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점을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하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되면서 나에게는 더 특별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다만 술을 좋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술은 쓰고 맛없고 항상 마시면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나서 가질 수 있는 약간의 기분 좋은 상태, 이 상태에서 친구들과 혹은 어색한 사람들과 주고받는 얘기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