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에게 특별한 음악/영화/드라마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음악을 듣는 것 다 좋아하고 취미이기도 하지만 모처럼 짧은 시간 안에 답할 수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고3 때 특히나 많이 들은 음악을 선택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특별한 음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 중 고3 때 많이 들은 음악 중에서 하나를 꼽아서 말하자면 過去に囚われている (과거에 사로잡혀있어) - ツユ(츠유) 인 것 같다. ツユ는 밴드의 이름인데 그들의 음악은 통통 신이 나는 멜로디에 우울한 가사로 구성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고3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 음악 취향도 알 수 있게 되었고 여러 가지 위로를 받았다.
2. 내가 그것에게 각별한 애정을 담게 된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이 음악은 내가 고3, 힘들었던 시기에 많이 들었던 노래이다. 고3 때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시기인데 나도 그랬다. 대신 주변 사람들보다는 좀 더 심하게 정체의 의문을 가졌던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정말 많이 우울했었고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존재를 해야 하는지 등 자신의 존재의 대해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다. 특히 그 당시에는 남들과의 비교를 심하게 했었기 때문에 남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기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방출했다. 원래 이런 문제가 있으면 타인이 제지를 해주거나 다시 원상태로 돌이키게 해줘야 하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케어하기에 급급해 그런 외부적인 도움도 받거나 요청하기 어려웠다. 다시 되돌이켜보면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였던 것 같았다.
그랬던 시기에 "過去に囚われている (과거에 사로잡혀있어)"라는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치 주인공이 과거에는 발레로 잘 나가다 모종의 이유로 그때 당시처럼 잘 나가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그런 내용으로 보인다. 뮤직비디오에서 물웅덩이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는 주인공이 마치 나 같아서, 과거에 연민하는 모습이 나 같아서, 무의식적으로 듣게 되고 보게 된 것 같았다. 음악에서 "君も希望も全て失った今だ" (너도 희망도 모두 잃은 지금이야)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때 당시의 내 상황을 잘 표현한 가사인 것 같았고 다른 가사도 마치 내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노래에 더 애정을 담았던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노래는 반복적으로 듣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서 등교를 하고, 수업을 듣고, 공부하기도 했는데 비록 부정적인 노래지만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 노래였다. 그때 당시에는 왜 이 노래가 위로가 되었는지 짐작이 가질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넌 할 수 있어!", "넌 정말 잘하는 아이야!", "넌 능력 있어!" 같은 긍정적인 가사는 하나도 없는 노래지만 나도 음악의 주인공도 같은 상황에 있으니 노래를 들으면서 울어도, 실수해도, 내가 내 모습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주인공이 위로해줄 것 같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