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신념과 맞닿아 있는 말이나 구절이 있다면?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아이유 ‘분홍신’ 중-

나는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길을 걸을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항상 혼자 만의 생각에 빠져있고는 했다. 심지어 친구와 대화할 때에도 머릿속의 생각이 멈추지 않아 종종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시고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셨다. 나 또한 고등학교 시절 나의 문제점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는 않았었다.

나는 내가 왜 생각이 많은 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도대체 내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 결과 나는 나에 대해 전보다는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먼저,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이 마무리 지어질 때까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떤 일이 내 흥미를 끌면, 나는 끝까지 혼자 파헤쳐보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흥미를 가지는 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만한 공통점은 없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남들은 그냥 지나칠 만한 사소한 일도 크게 궁금해 하곤 했다.

두번째로, 나는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0%의 확률과 100%의 확률이 아니라면 모든 일에 대해 불확실해 하고, 의문을 가지는 습성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러한 내 성격이 장점이 될 때도 있었지만 결정을 내려야할 순간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되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때에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웠고, 너무 조심스러운 나머지 온전히 내 스스로 내린 결정은 하나도 없었다. 주위의 반응과 기대에 오히려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정작 파악하지 못했다.

이러한 나에게 어차피 세상은 내가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데,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도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구절이 바로 위의 구절이다.

중요한 순간에 꼭 해야할 일만 해 준다면, 인생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된다는 나의 신념이 드러나는 문구이다.

2. 나에게 특별한 음악/영화/드라마가 있다면 무엇인가?

초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애니메이션이 유행했었다. 나에게는 그 애니메이션의 ost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가장 남는 특별했던 음악이다. 애니메이션의 내용과 노래의 가사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초에 이해를 했던 것인지도 의문이다. 단지 초등학교 5학년의 나는 그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를 좋아했을 뿐이었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노래의 악보를 다운 받아서 연습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곡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일단 샵이 네 개나 있었고, 손가락이 짧았던 나에게는 낮은 b에서 높은 b까지의 화음이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나는 매일 그 곡을 연습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어떨 때는 세 시간씩…..

틀리는 부분은 계속 틀렸고, 아무리 연습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곡을 연주하는 것이 너무 좋았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였다.

그렇게 거의 매일 연습을 하다 6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었다.

어느 순간 나는 피아노 치는 것을 관두었지만, 지금도 가끔은 이 곡을 치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는다.

당연히 지금은 예전만큼 이 노래에 미쳐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이 노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연습을 많이 했으니 기억이 가장 잘 나는 곡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을 함께 해온 곡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노래를 나에게 소개시켜준 친구에게 언젠가는 말해줄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노래가 변화무쌍하고 힘들었던 내 청소년기에 정말 큰 위안이 되었다고 말이다.